한·우즈베키스탄, 공공부문 성과평가의 경험과 미래를 논하다
- 서울행정학회–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산하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 국제학술대회 개최
서울행정학회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산하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Academy of Public Policy and Administration, APPA)는 2026년 7월 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 컨퍼런스홀에서 「대전환 시대 공공부문 성과평가제도의 국제적 경험과 새로운 지평(Global Experience Exchange and New Horizons of Public Performance Evaluation Systems in the Era of Deep Transformation)」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정부업무평가 및 공무원 성과평가 경험을 공유하고, 급속한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과관리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공공부문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지뿐 아니라, 평가제도가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면서 정책 학습과 공무원 역량개발로 이어지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행사에는 양국의 행정학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정부 성과관리의 제도적 성과와 한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평가체계의 가능성과 위험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개회식에서는 Jasur Salikhov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 총장과 서재호 서울행정학회장이 환영사를 전했으며, Raima Shirinova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 부총장과 이도석 서울행정학회 국제협력위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이어 서울행정학회와 공공정책행정아카데미 간 업무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번 협약은 일회성 학술교류를 넘어 공동연구, 연구자 교류, 국제학술행사 개최 등 양 기관의 지속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업무평가, 관리의 인프라인가 정치적 통제의 수단인가
제1세션은 ‘한국 정부업무평가제도의 국제적 경험 공유’를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김준현 부경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경동 광운대학교 교수는 「정부업무평가의 성과와 과제: 평가의 정치성에 관한 고찰」을 발표하였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정부업무평가가 지난 60여 년간 부처와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국정 운영을 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정착해 왔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실제 정책성과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평가 대상 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지, 기관 단위 평가 결과와 개별 사업의 실질적 성과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의 문제도 함께 제기하였다.
이어 Abdulla Abdukadirov 우즈베키스탄 전략개발개혁청장은 「우즈베키스탄 국가기관 성과평가의 경험」을 발표하였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최근 구축하고 있는 정부업무평가 체계의 도입 배경과 운영 방식, 국가기관의 성과를 전략목표와 연계하여 관리하려는 제도적 노력을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 성과관리 체계가 정책 집행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가 발전전략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관리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제1섹션의 토론에서는 각국의 정부업무평가 및 성과관리 경험을 비교하고, 우즈베키스탄 제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였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국가별 정부업무평가의 제도적 경험과 비교 관점을 제시하였으며, Aktam KHOLOV APPA 센터장은 우즈베키스탄 성과관리 체계의 주요 특징과 운영상의 의의를 설명하였다. 양지숙 부경대학교 교수는 정부업무평가 제도 설계와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유의사항을 제기하였고, Anvar YULDASHEV APPA 교수는 국가 전략목표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공무원 성과평가, ‘도입의 시대’에서 ‘신뢰의 시대’로
제2세션은 ‘공무원 성과평가제도의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이윤석 계명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전주대학교 문창웅 교수는 "연공 중심의 직업공무원제에 성과관리를 이식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한국 사례로 20여 년의 운영 경험에 비추어 검토했다. 제도 이식과 디커플링, 유인과 동기 구축, 다중과업과 측정 왜곡이라는 세 이론적 논의에 기대어, '도입의 시대에서 신뢰의 시대로'라는 흐름으로 성과와 과제를 짚었다. 성과로는 성과의 언어와 절차가 전 부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점, 도입 초기의 반발에도 보수 차등이 25년 넘게 유지된 점, e-사람 기반 평가 기록 인프라가 구축된 점을 들면서, 이를 '성과 향상의 입증'이 아니라 '성과를 말하고 따질 수 있는 기반의 구축'으로 규정했다. 성과평가 제도의 과제로는 강제배분과 순환보직, 좁은 조직의 장기 관계가 맞물려 나타나는 관대화와 '돌아가며 받기', 산출 중심으로 수렴하는 측정의 문제, 서열 산출에서 멈추고 육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환류의 단절을 지적하였다. 결론적으로 제도는 정착했으나 그것이 곧 성과의 향상을 뜻하지는 않으며, 성공의 기준은 '도입'이 아니라 '신뢰'이고, 배워야 할 것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뿌리내리는 조건과 순서라고 제언했다.
Farangiz Avazbekova 우즈베키스탄 정부효율청(Agency for Governance Efficiency) 국장은 「Uzbekistan’s Experience in Evaluating Public Servants’ Performance Based on KPI」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발표에서는 2025년 12월 대통령령 제PF-243호에 따라 도입된 KPI 기반 공무원 성과평가 제도의 배경과 운영 방식을 소개하였다. 국가 전략목표가 지역·기관·부서를 거쳐 개별 공무원의 지표로 세분화되는 ‘연쇄 KPI’ 원칙을 토대로 공화국 차원의 112개 국가기관, 14개 지역, 208개 구·시 행정기관을 포괄하는 평가 체계가 구축되었으며, 전자 플랫폼(samaradorlik.gov.uz)을 통해 평가의 자동화된 모니터링과 투명성·객관성이 확보되고 평가 결과가 인센티브 및 승진과 직접 연계됨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제도 설계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선진 사례를 연구하여 우즈베키스탄의 거버넌스 체계에 맞게 조정하였음을 밝히고, KPI 제도가 목표 지향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공공행정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이 될 것임을 제시하였다.
이후 토론에서는 양국 공무원 성과평가 제도의 경험을 비교하고 제도 발전 방향을 논의하였다. 윤성일 강원대학교 교수는 한국 성과평가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공정성과 수용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 설계 시 유의점을 제시하였으며, Saidjakhon Khayrutdinov APPA Scientific Secretary는 우즈베키스탄 KPI 평가 제도의 제도적 의의와 향후 발전 과제를 설명하였다. 김민한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평가 지표의 타당성과 증거기반 평가의 관점에서 양국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언하였고, Ibrokhim Mashrabaliev APPA 부서장은 KPI 제도의 실효적 집행을 위해 공무원 역량개발과 평가 제도의 연계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평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서로 다른 성과관리 발전 단계에 있지만 공통된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장기간 운영해 온 제도를 어떻게 실질적인 정책 학습과 공무원 육성의 장치로 전환할 것인지가 과제인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국가 개혁과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성과평가제도를 어떠한 순서와 원칙에 따라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의 축적된 경험과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제도 실험을 비교함으로써, 공공부문 성과관리의 다음 단계가 ‘도입’이나 ‘측정’이 아니라 ‘신뢰와 학습’에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폐회식에서는 Raima Shirinova 부총장과 서재호 서울행정학회장이 양국 간 지속적인 학술·정책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